김강의 "비밀의 정원"

“날 기다려줘요” 김강 원장 | 2013년 6월 22일

중국이 원산지이며 경기도 이남에서는 유실수로서 많이 심고 있다. 키는 20m에 이르며 잎자루의 길이는 25cm에 달한다. 과자의 재료로 이용되고 자양제, 강장제로서, 유정, 변비 치료에 쓴다. 정월 대보름날 귀신을 쫓는 부럼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중엽 원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신이 고향인 천안에 뿌린 것이 시초가 되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이들은 무슨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 지 짐작이 갈 것이다.

“선생님 신기한 선물 하나 드릴께요”

“선물요? 선물은 다 좋지요. 뭐가 신기한 것인가요?”

벛꽃과 천리향 이후로 한창 나무와 꽃을 가꾸고 보듬는 일에 재미를 붙이던 나를 알고 있던 한 동료가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나에게 선물을 하나 안겨주었다.

“다람쥐란 녀석이 말이지요. 겨울에 먹을려고 호두를 숨겨 놓았다가 글쎄 어디 숨겨 놓았는 지 찾지 못한 모양이네요. 그 호두에서 싹이 나고 자란 것을 저희 어머니가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선생님 생각이 나서 가지고 왔습니다.”

10cm 정도의 크기에 뿌리에는 아직 호두 껍질이 붙어 있었고, 호두껍질 사이로 나름 무성한 잔뿌리들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퇴근 후 마를 새라 화분에 옮겨 심고는 흐뭇하게 인증샷을 찍었다. 기실, 그 때까지만 해도 녀석은 내게 관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나의 수집품중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나 이런 이런 놈도 키웁니다’ 하는.

2달여뒤 잎이 시들어 떨어져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새 잎이 나리라던 기대는 사라지고 잎자루마저 떨어져 버렸다.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있게 된 녀석을 바라보며, 마치 ‘사망선고’를 앞둔 의사처럼 나는 녀석을 대면할 때마다 ‘살아있는 지’의 여부를 살피게 되었다. 물을 주는 날에도 녀석에게 물을 줘야 될지, 줄 필요가 없는 일일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점점 녀석은 구석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다른 새로운 나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5월, 여름 준비겸 해서 화분 위치를 전체적으로 손보기로 한 날이었다. 테이블 겸 수조로 사용하기 위해 아버님댁에서 제법 큰 옹기를 하나 사정하여 구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큰 틀의 변화를 주게 되었다. 옹기를 씻고, 화분을 옮기고 아침부터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잠시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시려던 순간이었다. 아! 명자나무화분이 있던 그 앞자리에 녀석이 있었다. 그것도 세 개의 잎자루를 가지고, 큰 잎을 달고, 보란 듯이 날 보고 있는 것이었다.

고마움이란! 미안함이란!

 

호두 나무의 나무말은 지성(知性)이다. 옛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다산의 상징이었으며 유럽에서는 남녀의 사랑을 점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귀신을 쫓는 부럼으로 쓰이고 한편 오랑캐에서 온 과일이라하여 방망이로 두들기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호두나무에게 새로운 나무말을 주고 싶다.

“날 기다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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