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는 벚꽃을 지켜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고 화원을 헤메이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의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집 앞의 화원에 들러 꽃구경을 하고 있었다.
“꽃을 좋아하시나봐요?”
그 즈음, 화원에서 간간히 마주친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건넸다.
“예에…그 전에는 미쳐 몰랐었는데, 요즘엔 꽃을 찾게 되네요. 벛꽃이 지고나니 마음이 허전해져서요.”
“호호, 원래 꽃에 빠지면 꽃 아니면 달랠 수 없다네요. 저도 그래서 화원에 들른답니다.”
통성명도 하지 않은 처지였지만 이내 제법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때, 아주머니가 권해주신 나무가 있어 분 하나를 집에 들이게 되었는데, 그 나무 이름이 천리향이다.
“천리향을 하나 들여놓아 보세요. 꽃뿐이 아니라 그 향이 정말 좋답니다. 집에 들어가면 집안 가득 꽉 채워준답니다.”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작은 백색에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십 여개 이상의 꽃들이 모여서 한 머리를 이루고 그 한 머리 수십개가 달려있는 품새는 향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하지만, 방안 가득히 채워진, 마치 솜사탕속에 내 몸이 잠겨진듯이 느껴지는, 새어나갈까 아쉬워 창문을 꼭꼭 걸어 잠글 수 밖에 없는, 그 달콤한 향이란!
그 뒤, 한동안 화원에 들르지 않았다.
“아빠, 저 나무 이름이 뭐에요?”
그런 달콤한 향을 나 혼자만 느꼈을까? 아들놈이 당연히 향을 맡으며 물어왔다.
“천리향이라는 나무야.”
순간, 새삼스레 교육적인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몰려왔다.
“인터넷에서 천리향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자”
‘팔꽃나무과의 상록관목으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높이는 1m에 달하며 잎은 타원형이고 가지는 갈색이다-중략. 꽃말은 불멸, 명예, 꿈속의 사랑, 달콤한 사랑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데 그 이유는 중국에서 들어올 때 수(수컷)그루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 나는 비로소 천리향이 어찌하여 저리도 강하고 달콤한 향을 내는지 알았다.
또한 원산지라 일컫는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의 천리향이 내는 향기가 훨씬 더 강하고 달콤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천리, 아니 만리 이상 떨어진 그 먼 곳에 있을 연인을 찾는 그 절실함이란! 애틋함이란!
올해도 천리향은 피었다.
천리향 앞에 앉아 꽃을 바라보며, 향을 맡으며 천리향의 마음을 헤아린다.
머나먼 타국에 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 하나를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