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의 "비밀의 정원"

그리움에 대하여 김강 원장 | 2013년 7월 4일

[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꽃이 머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폿한 보조개를 떠올리며..]

국민학교 시절 TV문학관에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처음 접했다.

이유도 모른채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만 남아있지만 ‘마타리꽃’이라는 이름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아직 나는 마타리꽃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상상 속에서는 여전히 피어 있으며, 소년과 소녀가 함께 있었던 그 산골짜기에 나 또한 아직도 비를 맞고 서 있다.

구글이나 여타의 검색엔진에서 찾아 볼 수도 있으련만 아직은 그 비 내리는 산골짜기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꽃에 대한 첫 번째 그리움이다.

 

또 하나의 그리움은 “라일락”이다.

국민학교 시절의 상상이 소년과 소녀였다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나와 그녀였다.

딱히 누군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미래의 그녀와 걸어보고 싶었던 덕수궁 돌담길과 여지껏 맡아보지 못했던 라일락 향기에 대한 그리움은 현실로부터 벗어나고픈 사춘기 남학생의 로망이었다.

아마 그 무렵 학창시절을 보낸 이라면, 이문세의 노래를 듣고 지낸 이라면 더욱이!

무어라 변명할 수는 없으나 나름대로 화려했던 젊은 시절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시켜 보지 못했었다.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그녀와도 마찬가지로 그러했고 이 그리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지난 겨울 라일락 한그루를 들여 놓았다.

그녀가 꽃을 좋아하여 봄이 오면 매달 다른 꽃이 피는 실내정원을 선물하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고 직접 분에 옮겨 심었다.

기실 그때까지 라일락 꽃이 어떻게 생겼는 지, 어떤 향이 나는 지 알지 못했다. 그저 상상만 했을 뿐.

다행히 계절에 맞게 올 봄 꽃을 피워 주었고, 그제서야 알았다. 작년 봄 아파트 화단에 무리지어 피던, 그 향기좋던 꽃들의 이름이 라일락이었던 것을!

그리고 그 봄에 그녀와 난 그 화단을 걸었었고…. 나의 그리움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으나 내가 몰랐을 뿐!

 

혹 누군가  마타리꽃을 보내주고 싶어진다 하더라도 그러지 마시라.

라일락은 이루고픈 그리움이었으나 마타리꽃은 간직하고픈 그리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