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휴가는 고향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본적(本籍)이 있는 곳, 삼천포를 다녀왔고 아울러 남해까지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느라 정신 없는 몇일 이었지만,
모처럼 같이 길을 나서주신 아버님과 어머님 덕분에 비교적 평온한 휴가를 지낼 수 있었다.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떠나기 전 펼쳐 두고 간 블라인드 덕분에 약간은 시원하나 어두운 거실이 먼저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서 있었다. 약간은 마른 듯한,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고향에 다녀와서 좋겠네요.
난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한발짝 움직이지도 못한 채
머리를 풀어헤치고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는 데 당신은 고향에 다녀왔군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로, 양팔은 팔짱을 끼고, 창밖을 보며,
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곳이 싫어서 이리 온 것 아니었소?
당신 고향에 내리던 장대같은 폭우와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싫어서 이리 온 것이 아니었소?”
약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리고 혼자 두고 다녀 온 것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렇기는 하지요. 지금도 물과 햇빛만 생각하면 지겨워져요.
하지만 싫은 것과 그리운 것은 다르지요. 당신도 고향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살고 싶진 않지만 그리울 때 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사실 최근 들어 유난히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 왔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병’등에 대해 짐작은 했었지만…
휴가중에도 간간히 창가에 서서 밖을 쳐다보고 있을 모습이 떠올랐었다.
돌아가면 찾아 말을 건네리라 하고 다짐했었는 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유치환의 ‘깃발’중에서
그녀를 위해 깃발하나 걸어 두리라.
이름은 ‘자바’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출신지의 기후와는 달리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사 광선을 싫어하며 반음지를 좋아 한다.
공기 정화 식물로 알려져 있어 실내에 두고 키우기에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