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내시경 회사 인트로메딕과 심한보 CEO
‘안을 살피고, 내일을 본다(Discovering inside, visioning tomorrow).’
인체 내부를 어떻게, 얼마나 정확하게 살펴보느냐는 의료기기 업체들에 던져진 숙제다. 내시경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내시경 시장의 과제는 ‘검사를 받는 사람의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가’다. 굵은 고무관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했던 부담스러운 경험은 이제 과거형이다.
내시경 제조업체들은 이전보다 작고 안정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프로포폴 등 진정제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제품, 사전 약물 투입 없이 사용 절차가 간단한 제품들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캡슐형 내시경은 진정제가 필요없고, 삼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향후 내시경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 ▲ 심한보 인트로메딕 대표이사
◆ 전 세계에서 4개 뿐인 캡슐형 내시경 제조업체
“1990년대 영화를 보면 사람 몸 안으로 우주선이 들어가 치료를 하는 SF(사이언스 픽션·공상과학)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이제 실제로 이뤄진 셈이죠.”
캡슐형 내시경을 만드는 인트로메딕을 찾았다. 인트로메딕은 1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하반기 들어 ‘기술성평가 상장특례제도'(신성장 동력 기업 상장제도)로 상장되는 첫 기업이다. 조진택 인트로메딕 경영기획실장은 “캡슐형 내시경은 일반 내시경이 가지고 있던 위생과 교차감염·유지관리 등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체내에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만들기 어려운 제품”이라며 “인트로메딕은 이스라엘의 ‘기븐이미징’, 일본의 ‘올림푸스’, 중국의 ‘충칭진산’과 함께 전 세계에서 캡슐형 내시경을 만들 수 있는 4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이라고 말했다.
인트로메딕은 지난 2004년 설립된 회사다.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지능형 마이크로 시스템 사업단’에 참여했던 전문인력들이 주축이 됐다. 심한보 대표이사는 1999년 말부터 6년여간 정부 주도로 이어지던 이 사업을 지켜보다 직접 사업화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2007년 4월에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캡슐형 내시경 판매 승인을 받았다. 2007년 8월에는 유럽 CE 마크 인증을 획득했고, 작년 11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조 실장은 “체내에 삽입되는 의료 기기 가운데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국산 제품은 인트로메딕의 내시경이 최초”라고 말했다.
- ▲ 인트로메딕이 개발한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 ‘미로캠’. 뒷부분에 보이는 실리콘 캡을 제거하고 알약처럼 생긴 앞부분을 입에 넣으면 작동한다.
◆ 세계 86개국에 수출…작년 수출 비중 90% 넘어
여러 캡슐형 내시경 가운데 인트로메딕은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에 특화돼 있다. 일회용 연성 내시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소장은 그동안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영역에 속했다. 폭이 2센티미터로 좁고, 구조도 구불구불해 일반 내시경은 들어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한내시경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은 소장조영술 등 기존 진단법보다 소장질환 검진율이 1.5배에서 8배 가량 높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인트로메딕의 캡슐형 내시경 ‘미로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이다. 일반 알약보다 조금 더 크다. 무게는 경쟁사 제품 가운데 가장 가볍다. 중국산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시야각은 가장 넓어 소장 이곳저곳을 고루 찍을 수 있다. 촬영 속도와 해상도, 동작 시간도 경쟁 제품을 앞선다. 조 실장은 “소장용 캡슐형 내시경을 만들며 쌓은 기술로 대장용 캡슐형 내시경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대장용 캡슐형 내시경 제품의 임상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트로메딕은 지난해 기준 생산제품의 97%를 미국·유럽 등 해외 86개국으로 수출하는 수출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소장 질환자가 주로 서양에 몰려있고, 캡슐형 내시경에 대한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GBI리서치에 따르면 캡슐형 내시경 시장은 연평균 16.4%씩 성장하고 있다. 4.6%인 일반 내시경보다 4배 정도 높다. 내년 4월부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실시되면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캡슐형 내시경 등 현재 비급여 항목 일부가 건강보험에 포함되면 캡슐형 내시경 검진시 개인 부담금은 20~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 서울시 구로디지털단지의 인트로메딕 연구소 내 클린룸에서 엔지니어들이 내시경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 “조달 자금으로 개발 역량 높이겠다”…향후 자사주 매입안 검토 중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4% 늘어난 86억원, 영업이익은 184.2% 늘어난 15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52억원, 영업이익은 4600만원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 지표가 갑작스럽게 안 좋아진 이유는 지난해 회계 기준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바뀌면서 벤처캐피탈 등에 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 중 미전환된 125만2850주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잡혔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해당 상환전환우선주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총 695만2178주다. 이 중 69.5%인 483만1346주는 상장 직후 유통된다. 다른 종목들보다 풀리는 주식 수가 많은 편이다. 조 실장은 “최대주주 지분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우호 주주들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소유의 109만8292주(15.8%)는 상장 이후 2년 동안 거래가 묶인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상단인 6000원으로 결정됐다. 일반 청약에서는 2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공모에 나선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총 공모자금은 42억원이다. 이 중 17억원은 이미지 센서를 개발하고, 연구소를 확장하는 등 연구개발자금으로 쓰인다. 9억원은 차입금을 갚는 데 쓰일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34억7600만원
◆ 주요주주: 대표이사 심한보 15.9%, 인터베스트바이오전문투자조합 7.5%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695만2178주의 69.49%인 483만1346주
◆ 주관사(한국투자증권)가 보는 투자위험: 앞으로 내시경 기기 시장은 경쟁 강도가 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의료기기 산업은 국가별 인증과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주요국가에서 인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인허가를 획득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성장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진출한 국가별 의료보험 제도에 따라 캡슐형 내시경이 보험적용 항목에서 제외되면 영업성과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음.
세계 캡슐형 내시경 시장에서 인지도가 다른 글로벌 경쟁회사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인지도와 영업 네트워크를 보완하지 못하면 영업 성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수출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에 해외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거나, 신규시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음.
체내인체통신(IHBC) 기술과 메디컬 이미지 프로세싱(MIP) 기술 등 핵심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과 성장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